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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는 기도와 맡기는 기도

10 minute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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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습니다. “내 아버지, 할 수만 있으면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해 주소서. 그러나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이 기도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나가게 해 주소서”라는 솔직한 간구입니다. 예수님도 피하고 싶고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을 숨기지 않으셨고, 그 기도를 세 번 반복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말을 어려움을 없애 달라는 기도로만 이해하기 쉽습니다. 병, 양육의 지침, 깨어진 관계 앞에서 “이것만 지나가게 해 주세요”라고 부르짖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 부르짖음을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기도에는 “내 뜻대로 하지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라는 더 깊은 말씀이 있습니다.

 

피하는 것과 맡기는 것 사이의 간격이 바로 신앙의 자리입니다. 이민자의 삶에도 겟세마네의 잔이 많습니다. 언어의 벽, 긴 노동, 양육의 고통, 고향을 떠난 외로움. 지나가고 싶은 잔들이지만, 하나님은 그 안에서 가족을 세우고 관계를 지키며 우리를 더 깊이 빚어갑니다.

 

이 잔들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매일 아침 다시 주어집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기도가 세 번 반복된 것처럼, 우리도 매일 다시 아버지의 뜻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만 “지나가게 해 주세요”가 책임을 미루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의 잘못을 덮고 회피하려는 마음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미루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자기가 져야 할 잔을 끝까지 붙잡으셨습니다.

 

자녀를 양육하고, 부부 사이에 신뢰를 쌓으며,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일은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잔입니다. 예수님의 잔은 십자가였고, 우리의 잔은 각자의 십자가입니다. 그러나 그 잔 너머에는 아버지가 계십니다. 하나님이 뜻하시는 것은 고통 없이 사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변화되는 것입니다.

 

겟세마네의 기도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잔을 피하는 기도에서 잔을 받아들이는 기도로 나아갈 때, 신앙이 진짜로 시작됩니다.

 

 

 

묵상을 위한 질문

1. 지금 내가 "지나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고 있는 잔은 무엇인가. 그 잔이 정말 아버지의 뜻과 충돌하는 잔인가, 아니면 내가 책임을 피하려는 잔인가?

 

2. 예수님은 세 번 반복해서 기도하셨다. 오늘 내가 같은 잔 앞에서 세 번 기도한다면, 첫 번째와 세 번째 기도 사이에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오늘의 성경 읽기는 마태복음 26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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